"1등 상품만 판매한다"…카네, 한국 골프시장을 바꾸다

입력 2021-06-09 15:37   수정 2021-06-09 15:39


푸른 잔디로 가득한 골프장에서는 울긋불긋 강렬한 색상의 옷이 당연하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그랬다. 골프 의류에 번쩍이는 장식이나 커다란 동물무늬는 필수였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흑백에 슬림한 디자인의 골프웨어가 골프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골프 의류에 심플함과 섹시함, 기능성이 더해졌다. PXG(Parsons Xtreme Golf) 골프 의류가 시장에 나오면서다.

한국 골프장의 풍경을 바꾼 기업, 바로 카네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장 진출 4년 만에 대세로 자리잡은 PXG어패럴 운영사 로저나인, 프리미엄 골프 클럽 PXG와 커스터마이징 샤프트, 그립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회사다.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선진 브랜드를 들여와 한국의 골프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프장 풍경, 카네 전·후로 나뉜다
카네의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2011년 미국의 레이저 거리측정기 브랜드 부쉬넬을 들여오면서 설립된 카네는 6년 만인 2017년 매출 137억원을 넘기며 1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3년 만인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 정식 수입을 시작한 미국 프리미엄 클럽 PXG, 2017년 자회사 로저나인을 통해 선보인 PXG어패럴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결과다.

PXG는 밥 파슨스 회장이 ‘누구도 우리처럼 골프 클럽을 만들 수 없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창립한 브랜드다. 미국 해병대에 복무하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훈장을 받은 파슨스 회장의 정신이 브랜드 곳곳에 녹아있다. 클럽마다 미국 해병대의 주특기 번호를 적용했다. 드라이버는 0811(야전 포병), 아이언은 0311(소총수) 등을 붙여 모델명을 구분하는 식이다. 무게추 조정 시스템으로 0.2g 단위로 정교하게 조정되는 맞춤형 헤드 등 차별화된 기술은 새로운 클럽을 바라던 골퍼들의 ‘스위트 스폿’을 정확하게 맞췄다.

신재호 카네 회장이 PXG 수입을 결정할 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장년층 스포츠였던 골프에서 부드러운 샤프트, 가벼운 헤드 등 시니어 클럽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전의 중장년층에 비해 경제력과 체력을 모두 갖춘 ‘뉴 시니어’들을 주목했다. “골프는 어른들의 장난감입니다. 단순한 기능만 있는 장난감은 금세 흥미를 잃게 되죠. 젊고 신선한 느낌의 외관에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골퍼들의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PXG가 한국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 회장의 베팅은 성공했다. 화려한 클럽과 강렬한 로고로 PXG는 소유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면서 국내 골퍼들의 ‘가심비’를 자극했다.
클럽 피팅 문화의 전파자
골프클럽 피팅 문화의 시작점도 카네다. 이전까지 골프클럽은 숍에서 브랜드별 제품을 경험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클럽에 골퍼의 몸을 맞춰야 하는 게 당연했다.

카네는 글로벌 피팅 전문 브랜드 ‘쿨 클럽스’를 들여왔다. 피팅은 골퍼 개인의 능력과 신체조건, 요청에 맞춰 클럽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쿨 클럽스’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2만 개 이상의 샤프트와 헤드 조합을 제공한다. 피팅은 이제 클럽을 선택하기 전 반드시 거치는 과정으로 자리잡았다. 골프숍이 한 곳 생길 때 피팅숍이 다섯 곳 생길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외에도 사람의 세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카네는 전문 교육인력을 통해 대리점에 피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피팅 기술을 전수하고 결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최고 등급인 ‘마스터 피터’가 되면 특별한 혜택이 더해진다. 카네 관계자는 “피팅 교육 신청이 밀려 있어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즘 골프장에서는 거리측정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게 된다. 이 역시 카네가 부쉬넬을 들여온 이후 생긴 변화다. ‘캐디가 있는데 굳이 거리측정기까지 필요하냐’는 인식이 퍼져 있던 국내 골프장에서 부쉬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리어스 골퍼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1등 상품만 판매한다”
PXG의 클럽과 의류, 부쉬넬 등 카네가 선보이는 제품들은 모두 비싸다. PXG 로고가 박힌 골프모자는 10만원대에 판매된다. 부쉬넬도 거리측정기 가운데 가장 고가 상품이다. 그래도 소비자들의 마음과 지갑을 열며 3년 만에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 신화를 썼다.

신 회장은 “자격이 없는데 가격을 높이는 것은 바가지”라면서 “PXG는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생산원가가 4~5배 높다”고 강조했다. 헤드마다 0.2g씩 정교한 차이를 두고 5단계 검수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독보적인 기술과 고객의 니즈를 겨냥한 마케팅이 접목되면서 한때의 바람몰이가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한국법인 로저나인이 만들어 해외로 역수출하는 의류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급 원단을 쓰고 임가공도 상당 부분 한국에서 한다. 다 만든 제품이라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폐기한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PXG 본사의 경영철학처럼 신 회장은 “1등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팔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다.

신 회장은 “고객에게 좋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골프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클럽, 거리측정기, 샤프트 등을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좋은 제품을 소개해 소비자의 안목을 높이고 후발 주자들에게 개발 동력을 부여하는 것이 카네의 역할이라고 여겨서다.

신 회장은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브랜드를 골퍼들에게 소개해 골프를 보다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카네가 한국 골프산업에 기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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